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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나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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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월호 2023년 10월호 이야기 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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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나니토


딕 더크슨


튼튼한 팔, 불거져 나온 이두박근, 거대하고 강한 손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육중한 가슴. 마치 권투 선수나 축구 골키퍼 같은 몸이다. 자랑스러워할 만하고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몸이었다. 사는 동안 늘 그 몸을 유지하였다. 사람들은 관심 있게 쳐다보았고 미소와 존경의 눈길을 담아 인사했다.

그의 상반신이 아닌 다른 곳을 주목하여 볼 때까지는 말이다.

그는 추남이었다. 얼굴이 마치 농장에서 캐낸 땅콩 같았다. 위는 넓고 가운데는 좁았고 턱 주변에서 다시 넓어졌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의 다리였다.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 것 같았다. 팔처럼 크고 단단한 근육이 불거져 나온 모습이 아니라 그의 다리는 가늘고 뼈가 없이 매달려 있는 듯했다. 작고 보잘것없는 발에 살이 붙어 있는 형국이었다. 

인간을 살짝 닮은 듯한 그 모습을 발견하고 나면 사람들은 약간의 혐오감을 느끼며 외면했다. 

   

산후안의 노숙자로

그는 푸에르토리코 산후안 근처 어딘가에서 태어났다. 가족은 그를 몹시 사랑했지만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잘 먹어서 팔과 가슴은 정상적으로 성장했지만 나머지는 엉망이었다. 어느 곳 하나 어울리는 데가 없었다.

의학 전문가들이 그를 검사하고, 수없이 바늘로 찌르고, 모든 부위의 샘플을 채취한 뒤 굳게 닫힌 문 뒤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사들의 마지막 분석은 간략했다. 

“나아질 가망은 없어요. 키도 커지지 않을 것이고 기형이고, 어디는 강하고 어디는 약하고, 얼굴은 흉측하고 또한 절대 걷지 못할 거예요.” 


아이의 네 번째 크리스마스 때 아빠는 선물을 주었다.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합판 바닥에 롤러스케이트 바퀴를 단 것이었다. 엄마는 오토바이 의자처럼 중간에 베개를 놓아 주었고, 아빠는 보드를 손으로 어떻게 밀고 당기는지 시범을 보여 주었다. 새로운 이동 수단에 신이 난 아이는 집 근처 분주한 거리에서 수없이 연습했다.

보드 타기에 익숙해지자 부모님은 그에게 도시락 상자를 주었다. 엄마가 만든 맛있는 음식이 잔뜩 들어 있었다. 아빠는 보드를 챙겨 그와 함께 시내버스를 탔다. 둘은 올드 산후안에 있는 주지사 관저 근처의 버스 터미널에서 내렸다. 아빠는 노점상에서 아이에게 밥을 사 주고 보드를 탄 아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나니토!” 아빠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올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야. 엄마와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하지만 이제 너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 너를 여기 옛 도시의 중심에 데려다 놓았으니 여기서부터는 하나님께서 너를 돌봐 주시기를 기도한다. 하나님의 손길이 너와 함께하기를 바란다.”

아빠는 아이를 힘껏 부둥켜안고 나서 차를 타고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어린 소년의 삶에서 멀어져 갔다. 

버스가 들어와 승객들을 내려 주고 또 승객을 가득 태운 뒤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소년은 오래도록 그곳에 앉아 있었다. 마침내 갈 곳이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올드 산후안을 드나드는 주도로인 포르탈레사 거리로 보드를 밀고 갔다.

주지사가 사는 산타카탈리나 궁전의 지붕이 보이는 곳까지 약 일곱 블록을 갔다. 거리의 노점상들이 길을 따라 작은 부스와 테이블을 놓고 화려한 옷, 음식, 관광객용 장신구들을 팔고 있었다. 얼마를 가다 멈추어 아빠가 사 준 음식을 먹었다. 그러고선 몸이 피곤해 나무 그늘로 간 다음에 쓰러졌다. 새로운 거처에서 첫날부터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 올드 산후안 거리의 집 없는 소년이 된 것이다.


신발과 책

아침이 되자 노점상 한 분이 물과 빵을 주었고 화장실을 가리키며 씻고 오라고 했다. 소년은 온종일 거리를 오르내리며 노점상들에게 인사하고 그들의 이름을 익혔고 호구지책을 찾았다.

구두장이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신발 밑창을 수선하고 구두를 닦으면서도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행복한 남자였다. ‘이 거리에서 가장 행복한 아저씨구나.’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구두를 닦아 보고 싶니?” 구두장이가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고 못생긴 나니토는 재빨리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후 내내 구두를 닦았고 한 켤레씩 닦을 때마다 기술도 늘었다.

“난 다음 버스로 집에 간단다.” 구두장이가 말했다. “네가 원한다면 이 자리에서 자도 돼.”

소년은 구두장이의 기술과 그가 부르는 노래를 배웠다. 소년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마스 아야 델 솔’이었고 구두를 닦을 때나 못을 박고 가죽을 자를 때 그 노래를 불렀다. 그는 실력 있는 구두장이가 되었다. 자신을 가르쳐 준 선생님만큼 잘하게 된 것이다.

어는 목각공이 그의 보드와 바퀴를 더 좋게 고쳐 주었고 다른 노점 상인은 포근한 수면 요를 주었다. 구두장이는 그를 교회에 데려갔고 하나님에 대해 알려 주었고 침례를 받도록 인도했다.

어느 날 구두장이 아저씨가 평소에 타고 오던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노점상이 와서 어린 소년에게 구두장이의 연장과 가죽으로 꽉 찬 가방을 건네주며 말했다. “슬프게도 나니토, 어젯밤 구두장이 아저씨가 돌아가셨단다. 너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연장을 다 주라고 하셨어. 네가 아주 훌륭한 구두장이가 되었으니 자기 일을 이어받는다면 자랑스러울 거라고 하셨어. 네가 이 상자를 갖길 바라셨어.”

상자는 구두장이 아저씨의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많이 읽어서 낡은 성경책, 『시대의 소망』 한 권 그리고 『정로의 계단』 소책자의 문고본 더미였다. 그는 구두장이 아저씨가 항상 하나님과 예수님 그리고 안식일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이것들을 잘 알고 있었다. 나니토는 『정로의 계단』 문고본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구두 수선공이 가르쳐 준 대로 정성스럽게 수선하고 닦은 신발에 잘 넣는 것이었다.

푸에르토리코에서 가장 편한 발을 위해 그는 구두 수선공 아저씨가 일했던 곳에서 12년 동안 치수를 재고, 두드리고, 자르고, 윤을 내고, 노래하고, 구두를 닦았다. 주지사도 못생긴 나니토를 자신의 개인 구두 수선공으로 선택했다. 무엇보다도 손님들은 항상 잘 닦인 구두 안에 들어 있는 『정로의 계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 겨울 나니토는 감기에 걸렸고 낫지 않았다. 어떤 의사는 폐렴이라고 했고 다른 의사는 암이라고 했다. 둘 다 맞는 말이었다. 병실 침대는 그가 지금껏 잠자던 곳 중 단연 최고였다. 그를 담당했던 남자 간호사 아르만도는 나니토와 함께 즐겁게 성경 공부를 했다. 

그가 죽던 날, 그는 의사에게 자신의 상자를 그 간호사에게 주라고 당부했다. “제 성경이 그 안에 있어요. 그리고 제가 가진 마지막 『정로의 계단』도 있고요. 아르만도에게 그것들이 필요할 거예요.”


딕 더크슨 목사이자 이야기꾼으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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